홋카이도 여행기 - Day 3, 오타루
삿포로역에서 오타루로 향하는 열차다. 백과 청의 경계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그 와중에 전봇대에 붙어있는 게 눈은 아니겠지 ㄷㄷ
목적지는 오타루지만 내리는 역은 미나미(남)오타루역이다. 메인 역은 아니라서 역에서 딱 내리면 주택가밖에 없어서 이게 뭔가 싶지만, 좀만 걸어 내려가면 근대 건물 양식부터 해서 운하까지, 운치 있는 오타루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미나미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라 하면 바로 이 오르골 매점이다. 다양한 종류의 오르골을 판매하는데, 실용적인 제품부터 지브리 등의 캐릭터 제품, 모빌 형식의 회전하는 오르골 등 취향껏 구매하면 된다.
다양한 오르골이 있지만 가격은 기본적으로 2000엔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진짜 기능적인 부분만 치중해서 소리만 난다 봐야 하는 게 2000엔이고, 캐릭터가 있거나 움직이거나 예쁘거나 하면 전부 가격이 up된다고 보면 된다.
자금에 여유가 있었으면 선물용으로라도 하나 구입해 볼 심산이었으나 자금상황이 워낙 녹록치 못해서... 아쉽게 패스
그래도 구경 자체는 참 재미있었다.
멋들어진 근대 양식의 건축물들이 많아서 사진 찍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도시가 아기자기하다는 느낌.
그래도 멀리까지 오느라 힘들었는데 구경보다 배부터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어제는 초밥을 100엔으로 양껏 먹었다면 이번에는 고급 회전초밥집에 도전해본다.
오타루에 있는 고급 회전초밥집. 우리가 익히 상상하는 그 회전초밥의 모습이다.
접시별로 가격이 매겨지는데, 가장 싼 접시인 130엔은 거의 없고 160엔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참치 뱃살(도로)가 580엔, 방어나 새우 연어 등이 400엔대, 기타 생선 초밥이 320엔, 나머지는 그 이하의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특이한 점이 한국에 비하면 연어, 새우 초밥이 엄청 비싼 느낌이다. 특히 새우 중 간장새우는 가장 왼쪽 접시인 780엔 접시에 해당할 정도로 비싸다.
어제의 100엔초밥 집은 '괜찮은 초밥도 있고, 별로인 초밥도 있는데, 평균을 내면 먹을 만 하다' 정도고, 여기는 '맛난 건 돈값하게 엄청 맛나고, 싼 초밥들도 평균은 한다'라는 느낌.
그래도 확실히 초밥은 조금 비싸도 맛나게 먹는 게 좋다.
일본의 초밥집은 신기한 게, 자리마다 밸브 같은 게 있어서 뜨거운 물을 바로바로 마실 수 있다. 굳이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
이 날 인당 3500엔 정도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의 최애 초밥은 방어 초밥. 입에서 살살 녹는 맛에 계획보다 훨씬 넘게 써버렸다는 후문.
초밥을 먹고 나오니 이렇게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갑작스럽게 눈이 쏟아지는 동네지만, 오타루는 해안 도시라 그런가 눈살이 더 거센 느낌.
재밌는 게 여기는 절대 눈 많이 온다고 우산을 쓰지 않는다. 우산은 나약한 자들이나 쓰는 법...
오타루의 상징 운하, 이긴 한데 솔직히 별 거 없긴 하다. 그래서 오른쪽 사진처럼 열심히 눈으로 조형물을 만들고 계시더라.
눈을 퍼서 촛불을 넣을 굴을 만들고 계시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타루에 가게 되시는 분은 운하의 야경을 꼭 보시라. 우리가 안 봐서 아쉬워서 그러는 건 아니고.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유리 공예 박물관에도 방문했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갤러리 느낌.
주로 유리 공예로 접시, 인형 등등 이쁜 것들을 전시해놓고 있다. 곤충 모형같은 것도 만들어서 파는데 퀄리티가 대단하다. 사진 촬영 금지라 못 찍은 게 한스러울 따름.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유리 펜이었는데, 만년필처럼 잉크를 넣어서 글을 쓰는 형식이다. 엄청 반짝반짝 예쁘긴 한데, 가격이 5000엔에서 시작이라 포기. 그 돈이면 초밥이 몇 접시야!
오타루를 가야 할 이유를 뽑자면 3순위 안에 들어갈 것들. 바로 디저트.
홋카이도는 낙농업이 유명하다. 질 좋은 우유와 버터를 공급받아서 그런지 제과가 유명하다. 그리고 그 유명한 제과점들의 본점이 바로 이 오타루에 있다.
르타오 LeTAO와 롯카테이, 기타카로가 홋카이도 3대 제과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두 오타루에 본점이 있다. 과자 등을 면세로 사서 선물로 줄 예정이라면 공항 면세점에서 구매해도 되지만 아이스크림, 슈, 바움쿠헨 등 간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들리자.
아쉽게도 롯카테이, 기타카로는 가보지 못했지만 르타오에서 아이스크림과 슈를 사서 먹어볼 수 있었다. (르타오가 홍보를 많이 한다)
저 아이스크림이 으... 밀크+치즈인데 사르르 녹는 게 죽여준다. 꼭 한번 먹어보시길. 푸딩도 팔던데 먹어볼 걸 후회된다.
숙소가 있는 삿포로로 돌아와서 먹은 라멘. 홋카이도가 미소라멘의 본고장이라 해서 미소라멘을 먹었다. 문제는... 그렇게까지 맛있진 않았다. 좀 느글느글한 느낌.
라멘에 한 번 이렇게 데인 후로 여행 끝날 때 까지 라면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컵라멘은 맛있는데 라멘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