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에 앞서...
오랜만에 큰 결심을 하고 리뷰글을 절반 안되게 써놓고 임시저장 해놨더니...
이어서 쓰려고 보니까 다 날아갔더라고요.
여러분은 꼭 임시저장같은 거 하지 마세요. 글을 비공개로 올리면 올렸지.
요 몇 달 사이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어서 보드게임을 즐길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틈틈히 재밌게 즐긴 게임이 있어 리뷰글을 쓰게 됐습니다.
1. 게임 소개
디자이너 Dan Cassar의 2015년작 수목원입니다.
Caveman : Quest for Fire로 2012년에 보드게임계에 데뷔한 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작품입니다.
데뷔작의 저조한 평가를 뒤엎고 카드게임 수작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그 다음 작품인 The Blood of an Englishman은 다시 묻히긴 했습니다. 이후 새 작품이 없는 게 아쉽네요.
2인에서 4명까지 플레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2인의 경우 수싸움&추상전략 느낌이 강하고, 인원이 늘어날수록 운적인 요소가 늘어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재미가 줄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게임 시간은 30분이라고 나와 있으나 게임 특성상 장고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45분 이상 나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긱 웨이트는 2.15로 오직 카드로만 이루어진 게임 치고는 높은 웨이트입니다.
평점 7.4로 긱 순위 261위에 안착해 있습니다. 게임 컴포의 볼륨을 생각하면 게임 룰적인 요소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게임 컴포넌트 소개
놀랍게도 오직 카드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단순한 카드게임, 하물며 트럼프 카드도 특수 카드로 조커 카드가 들어 있는데, 수목원은 오직 10종의 나무들의 1~8 배열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러스트가 참 예쁩니다. 신판의 세련된 일러도 좋지만, 구판의 얌전한 일러도 마음에 드네요.
3. 대략적인 룰 설명
게임 진행은 간단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카드 7장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카드 2장 뽑기 -> 자신의 수목원에 카드 1장 놓기 -> 자신의 버린 더미에 카드 1장 버리기> 과정을 계속 거쳐서 뽑기 더미에서 카드가 다 떨어지면 점수 계산을 진행합니다.
점수 계산시에는 들고 있던 7장의 카드를 공개하고, 각 나무길의 점수를 얻을 권리를 비교합니다. 이게 뭐고 하면...
내가 단풍나무 카드를 5와 7을 들고 있었고 상대방이 8을 가지고 있었으면 5+7 > 8이므로 내 수목원의 단풍나무 길의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숫자비교에요.
특수한 룰로 '1' 카드는 '8' 카드를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1+4하고 8+3이 붙으면 8이 0이 되어서 1+4가 이깁니다.
그럼 이제 길의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길이 무엇인고 하면... 나무들의 나열입니다.
길의 조건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시작과 끝이 같은 나무일 것'
두번째는 '나무들의 배열이 오름차순일 것'
예를 들어 위의 Docwood 길(빨간색 화살표)의 경우에는 시작과 끝이 Docwood 카드 1과 7로 이루어져 있고 1-2-3-5-6-7 오름차순 배열도 되기 때문에 조건에 부합합니다.
노란색 화살표의 Willow는 시작과 끝이 같은 나무기는 하나, 2-6-7-7로 7이 두 번 겹치기 때문에 오름차순 배열이 되지 않아 길이 아닙니다.
점수 계산법은 길의 나무 한 그루당 1점에 '1' 카드가 쓰였으면 추가로 1점이고 '8' 카드가 쓰였으면 추가로 2점입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 화살표의 경우 길에 6그루가 있기 때문에 6점에 '1' 카드가 쓰였기에 1점 더하여, 총 7점짜리 길입니다.
추가적인 경우가 파란 화살표의 경우인데요. 만일 같은 나무로만 구성된 길을 4그루 이상의 나무로 만들었다면 한 그루당 2점으로 처리합니다.
파란 화살표의 Blue Spruce 길은 나무당 2점이니 8점에 '8' 추가점수까지 해서 10점짜리 길이 되겠네요.
인원수별 카드 사용과 동점자 처리 등의 세부적인 규칙은 룰북을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게임의 특징, 내가 느낀 장&단점
특징이라고 하면 굉장히 이 게임하고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인고 하면...
라이너 크니지아 박사님의 '로스트 시티'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게임을 다 해보신 분이라면 아마 전부 이해하실 거에요.
우선 게임 내내 카드를 뽑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서 핸드를 유지합니다.
수목원에서는 두 장을 뽑고 한 장을 자신의 수목원에 배치, 한 장을 버려서 핸드 7장을 유지합니다.
로스트 시티에서는 한 장을 뽑고 한 장을 자신의 트랙에 배치하거나 버려서 핸드 8장을 유지합니다.
게임 종료 조건도 같습니다. 뽑는 더미에서 카드가 다 떨어지면 점수 계산을 합니다.
'로스트 시티'의 룰을 끌어와 발전시킨 형태가 '수목원'이 아닐까 싶어요.
점수를 얻는 방법을 '길'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다각화하고, 핸드의 카드들도 단순 견제가 아니라 점수를 얻기 위한 권리로 의미를 부여한 것도 좋네요.
1999년 나온 게임에서 2015년 출시 게임이 차용할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로스트 시티'도 대단한 게임이고, 변화의 방향을 적절히 이끈 '수목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요소는 나중에 보드게임 경험이 늘면 특집으로도 써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느낀 장&단점은...
장점이라 한다면
- 룰 설명이 굉장히 간단합니다. 2장 뽑고 버리는 심플한 룰에 길에 대한 설명은 예시 사진처럼 배치하면 대체로 다 이해하더군요.
- 간단한 룰에 비해서 나무 배치를 어떻게 하는가, 어떤 카드를 들고 있을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많이 바뀔 수가 있습니다. 생각할 요소가 많은 게임입니다. 또 그게 재미로 잘 다가오고요.
- 휴대가 간편합니다. 디럭스 버전의 경우에는 벨벳 주머니가 들어 있어 가볍게 들고다닐 수 있고, 일반판의 경우에도 컴포가 카드밖에 없기 때문에 지퍼백에 담아서 가지고 다니기 좋습니다.
- 일러스트가 예쁩니다. 일러가 예쁘니까 완성해놨을 때 자신의 수목원을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 한글판이 나왔습니다. 게임에 언어 요소는 없지만, 그래도 영어 룰북보다는 한국 룰북이 낫죠.
단점이라 한다면
- 생각할 요소가 많은 게임이라는 건, 장고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무 카드 배치에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가 많기에 장고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 룰 설명은 쉬운 게임이지만 다짜고짜 입문자에게 들이대기는 어려운 게임인 게 게임 내에서 카운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부분이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성향이 좀 맞아야 해요.
- 포지션이 좀 애매합니다. 메인 게임으로 하기에는 다른 무거우면서도 재밌는 게임이 많고, 브릿지로 하기에는 쉽게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을 때 빠르기 즐기기에는 괜찮을 것 같아요.
- 멘트를 잘 쳐주는 사람이 있지 않으면 삭막한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하하호호 멘트를 잘 쳐주는 게 중요합니다.
5. 개인적인 평점과 한줄평
평점 : ●●●●● ●●●○○ 8 : 이정도면 수작!
추천 인원수 : 2~4인 (이 게임은 인원수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비슷한 재미입니다.)
한줄평 : 삭막한 도시의 삶 속에서 간단하게 즐기는 나만의 수목원. 그런데 간단하다면서 왜 머리가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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