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임 소개
오랜만에 글을 쓰는 김에 연습 좀 할 겸 흥미로웠던 게임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간단한 룰과 특유의 운 요소로 모임에서도 자주 돌아가고, 나름 레거시까지 나온 갓-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름이라 하며는...
마치 코로입니다. 번화가를 뜻하는 마치街와 주사위를 뜻하는 코로ころ, 벌써 게임이 어떨지 느낌이 오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미니빌이라는 이름으로 행복한바오밥에서 한국어판이 출시되었습니다.
2~4인이 플레이 가능하지만 2인은 권장하지 않고 3~4인 베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30분으로 제법 빨리 끝나는 게임입니다.
긱 웨이트는 1.53으로 굉장히 쉬운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스가누마 마사오로, 특기할 만한 다른 작품은 없습니다.
2. 간단한 룰 소개
룰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기본판 룰로 알려드립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에 나온 눈금에 해당하는 카드의 효과를 사용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돈을 받거나 뺏는 효과이고, 몇몇 특수 효과가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자기 차례에만 돈을 받을 수 있는 카드도 있고(내가 카드의 눈금대로 주사위 굴려야 함), 언제나 발동 가능한 카드도 있고(모두의 주사위 눈금대로), 상대 차례에만 발동하는 효과도 있습니다(상대가 굴려줘야 함).
이렇게 주사위 굴려서 효과 발동하고, 돈을 내고 건물 카드를 구매하면 됩니다. 카드는 전부 오픈되어 있습니다.
특수 효과를 가지고 있는 주요시설 카드 네 장이 앞에 놓이는데, 이 카드들은 강력한 특수 효과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 네 장을 모두 구입한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심플~
주사위 굴려서 나온 대로 효과 처리하고 건물 사고 끝! 앞의 주요시설 네 장 전부 사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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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임에 대한 두런두런
우선 리뷰를 구상할 당시에 생각난 말이 있었습니다.
미니빌은 어떻게 갓겜이 되었는가
... 스포츠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와! 갓겜! 실제로도 모임에서도 가끔씩 심심하면 돌아가는 게임이기는 합니다. 물론 그게 게임보다는 오늘의 운수 테스트에 더 가깝지만요.
실제로 미니빌의 두드러지는 장점이 몇 있습니다.
우선 룰이 굉장히 쉽습니다. 보드게임 입문자에게도 5분 내로 설명 가능할 정도입니다.
또 초보자와 고수 간의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고수가 압도하면서 희희낙락하는 그런 게임은 아닙니다.
15장의 카드도 잘 구성되어 있어서 나름의 테크를 올리는 느낌을 줍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냐~ 접대용으로 아주 좋은 갓겜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맞습니다. 접대용으론 아주 좋은 게임입니다.
다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아주 꽝인 게임입니다. 단점이 치명적이거든요.
한 번 미니빌의 단점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니빌의 단점으로 바로 뽑을 수 있는 건 바로 '운'입니다.
게임 내에 운적인 요소가 너무 커요. 다른 파티게임들도 운적인 요소들 많은데 뭐가 문제냐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게임의 거의 대부분의 요소가 '운'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며는, 기본적인 승리 조건이 '돈'을 많이 벌어서 '시설'을 많이 사면 승리합니다.
그런데 '돈'을 벌려면 '주사위'가 잘 나와야 합니다. '주사위'는 순전히 '운'적인 요소이죠.
잠깐? 그러면 카드를 골고루 사서 주사위가 뭐가 나와도 돈을 받게 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게 '시설'을 사는 것도 '돈'을 벌어야 하고 결국 '운'이 따라야 합니다.
그래, 보드게임에 운적인 요소가 없기가 힘듭니다. 주사위 쓰고도 갓겜인 게임도 많습니다.
주사위 쓰고 갓겜의 대표격입니다. 한 때 긱 보드게임 랭킹 1위에도 올랐던 게임이고, 15년 된 게임임에도 아직도 게임에 파고 들 요소가 있습니다.
재조정, 쿠데타, 카드 효과 등 다양한 부분에서 주사위가 들어가나, 어디까지나 변수 창출의 정도에서 그칩니다. (물론 가끔 엄청난 변수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어쨌든 주사위, 운적인 요소가 내가 게임을 플레이 할 방향에 엄청나게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황투를 리뷰할 일이 있으면...
미니빌은 그에 반해 주사위가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왜?
주사위 굴려서 나온 대로 효과 처리하고 건물 사고 끝! 앞의 주요시설 네 장 전부 사면 승리!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건물 사고' 이 부분밖에 없습니다. 돈은 주사위가 알아서 벌어주고 건물만 계속 사면 돼요.
돈이 없으면 차례 때 뭘 하면 되나요? 그냥 쉬면 됩니다. 부루마블에서 무인도 걸린 거에요.
즉, 자신의 차례에 할 플레이가 완전히 운적인 요소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당연하게 할 플레이가 거의 없고, 돈이 많으면 해야 할 플레이가 거진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테크가 있다면서? 그럼 카드 뭐 사오는지, 그거 꽤 중요한 거 아니야?
네 맞습니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나름의 테크 요소를 넣는다고 이것저것 효과를 다양화하긴 했습니다.
쇼핑몰을 빨리 올려서 카페 위주로 플레이할 수도 있고, 치즈 공장, 가구 공장, 농산물 시장 등 테크별로 폭발적인 이득을 주는 카드들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하고 안 겹치게 테크를 잘 쌓아가는 것이 게임에서 유리하긴 할 겁니다. (이건 저도 확신이 없습니다 테크라는 게 실재하나 이 게임서??)
근데 그렇게 테크를 올려도 결국 주사위가 떠야 돈을 받는 거고요. 주사위가 안 뜨면 그 잘난 테크고 뭐시고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판단은 운에 종속됩니다. 운이 좋아야 판단을 할 수 있고요. 판단의 결과도 운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 테크라는 것도 테크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난 7 두번 나오면 이겨 어 나는 11 12 한 번만 나오면 돈 다 벌어
이게 테크인가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게임은 테크가 없어요.
어쩔 때는 똑같은 테크(편의점 빵집)를 셋이서 가고 저 혼자 농산물 테크를 가도 꼴등을 합니다.
카드의 장수는 정해져 있고, 당연히 여럿이 같은 테크를 가서 카드를 나눠 가지면 힘이 약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약해지는 정도보다 개개인의 운 요소가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겁니다.
이 게임이 접대용으로 좋다는 것도 냉정하게도 약간 그런 의미입니다.
위에도 그렇게 적었어요. 나름의 테크를 올리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보드게임에서 각자의 테크를 올리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이 '테크를 올리는 느낌'이 보드게임 입문에 있어서 좋은 자극이라는 거죠.
거기에 주사위까지 잘 붙어줘서 게임에서 이겼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건물 잘 고르는데?"라고 첨언해주면 적어도 이 느낌이 보드게임을 배우게 해 줄 원동력이 되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미니빌을 좋아하고 자주 하는 사람은 뭐가 되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저는 그런 분들을 굉장히 존경합니다.
게임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분들이시고, 운이 따르지 않아 불합리하게 져도 오늘은 운이 안따르네 하고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사실 굉장한 장점이라 볼 수 있죠.
여튼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운 요소가 게임성을 다 잡아먹는다, 라는 겁니다.
더 독한 점이, 악운에 대한 보정 요소도 없어요. 확장이 들어가면 돈이 없으면 1원을 주는 건물이 주어지기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본판 이야기만 하기로 했으니.
이런 운요소 있는 게임은 라운드제로 짧은 템포로 돌려주는 게 좋은데, 한 판 당 30분씩 걸리는 것도 아쉽고요.
또 이 게임을 하게 되면 카탄 얘기도 안 할 수 없습니다.
카탄도 어찌 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눈금의 자원을 받는 시스템이라, 운 나쁘면 쫄쫄 굶을 수 있어요.
다만 카탄은 자원을 협상할 수 있고, 자원이 무작정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서(8장 이상일 때 7이 나오면 절반 털림), 내가 자원이 없어도 잘만 거래하면 1:2, 1:3의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카드로 깔짝이 아닌 실제로 보드에 마을을 짓는 게임이라 위치 선점 길막기 등의 요소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보니 미니빌로 맛만 좀 주고 카탄으로 넘어가는 것도 입문의 괜찮은 루트로 보이긴 하네요.
이렇게 쓰다 보니 또 길어졌네요. 저도 담아두고 있던 게 있었나 봅니다.
확장으로는 항구와 그린밸리가 있는데, 해 보긴 했습니다.
항구는 전체적으로 항구 관련 카드들이 너무 강하지 않나는 인상을 받았고, 그린밸리는 특이한 효과들은 많은데 난잡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확장이 들어가면 지어야 할 건물도 늘어나고, 세팅도 카드를 다 섞어서 공급처를 만드는 형식으로 가기 때문에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정말 미니빌을 자주 하고 변주가 필요하다! 싶으면 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니빌 레거시는... 솔직히 안해봤습니다.
룰적인 변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긴 하고, 레거시에서 나오는 카드들을 본판에도 사용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니빌을 애정하시고 같이 꾸준히 돌려줄 사람이 있다면, 구입해보시는 것도?
다만 레거시의 재미는 특유의 기믹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에 본판을 재밌게 했으면 레거시도 재밌게 즐기시리라 보긴 합니다.
아니 이제 보니 Rob Daviau가 디자이너진으로 참여했네요.
레거시 열풍의 트리거였던 리스크 레거시부터 정점이었던 팬데믹 레거시까지 제작에 참여한 레거시 분야에서는 전문가 오브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레거시 요소적인 재미는 차고 넘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름 한국어판으로 정발도 되었습니다.
4. 게임 총평
결론을 내리자면,
입문하시는 분들이 미니빌을 하자!라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저는 딴 겜 할 것 같고요.
헤비 전략러끼리 미니빌을 한다고 하면, 저는 단언코 가위바위보가 시간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더 좋은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딱 그냥 입문하시는 분들을 위한 게임인 것 같아요. 부루마불 정도만 아시다가 미니빌 해보시면 신선하긴 하겠죠.
평점은 5점 줬습니다. 3점이면 돈주고 시켜도 안 할 게임, 4점은 돈주고 시키면 하긴 할 게임이라면, 5점은 하자 그러면 상황 보고 할까 말까 고민하는 정도는 됩니다. 거의 안하겠지만요.
한국어판을 출시한 행복한바오밥 분들이 보시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좀 적자면, 초등학생 정도에겐 또 이만한 게임이 없습니다.
애초에 분류가 패밀리 게임이기도 하고, 저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죠. 어린 자녀분들 있으시면 같이 하기에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구매평 보면 초등학생 자녀들 타겟으로 사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도 아주 좋아요.
다만 저는 아직 자녀 생각할 나이는 아니라서 ㅎㅎ;
혹시 관련 직종에 취업할 수도 있으니 (?) 변명거리를 적어 봤습니다.
행밥 사랑해요! 티투라도 잘 하고 있습니다! 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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